국가상징공간 어떻게 조성돼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녹지’

 

‘국가상징공간 조성방향 논의를 위한 콘퍼런스’가 12일(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됐다. 

지난 9월 11일, 서울시,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는 국가상징공간 관계기관 협의체를 구성하고 MOU를 맺었다. 이 협약을 계기로 3개 기관은 서울 전역을 대상으로 대표적인 국가상징공간 사업을 선정해 추진하기로 했다.

이러한 국가상징공간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조성돼야 할까? 국가상징공간의 지향점, 성격, 물리적 구성방법, 조성과정 등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특히 전문가들은 ‘녹지’가 중요하다는 것에 입을 모았다.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교통부, 서울특별시는 ‘국가상징공간 조성방향 논의를 위한 콘퍼런스’를 12일(화)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했다.

이번 콘퍼런스는 국가상징공간의 필요성 및 조성 방향에 대한 민간·공공부문 및 학계 등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가상징공간에 담을 핵심 가치를 발굴하고 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국가상징공간은 단순히 물리적 공간 계획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고유문화의 상징 체계, 국가가 지향하는 미래 가치를 담아내야 한다. 전국의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자산을 활용해 대한민국의 국격과 정체성을 표출하는 일이고, 일상의 공간에 소통과 치유, 위로와 보훈의 가치를 담아서 국민통합을 실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국가라는 추상적인 조직을 운영하고, 상징하는 공간을 설정하고, 조율해 나가는 일은 국민 개개인 자신이 국가라는 조직의 일원임을 무의식적인 과정을 통해서 지각하게 하는 공간 계획이자 실천이다. 나아가 갈등과 소외, 불평등과 양극화로 얼룩진 우리 사회를 지원하는 공간 정책”이라 설명하며, “국가상징공간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도시 공간적 차원에서 구현하는 것으로 공동체를 결속시키고 국민적 긍지와 자부심을 갖게 하는 사업이다. 국민으로 하여금 자기 동일성을 확인케 하는 공간적 조건과 방법이 정립이 되고, 세계인으로 하여금 한국임을 직관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공간 조건과 방법론이 정립되기를, 정체성과 이미지가 분명한 국가 자존감이 있는 도시 삶의 격을 높이는 국토 환경으로 가는 변화의 기점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영범 건축공간연구원장은 개회사에서 “국가상징공간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 미래를 연결하는 특별한 장소이다.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와 국민들의 감정을 담아내며, 우리의 정체성과 가치를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미래비전을 구현하고 동시에 국민과 소통하며 열린 공간으로 조성돼야 한다”며 “건축공간연구원 또한 우리의 미래를 위한 건축과 도시공간 조성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나눌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국가상징공간은 정치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격이라는 것은 도시의 경쟁력과 격에서 나오는 것일 수도 있는데,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나 여타 도시에서 대한민국을 상징할 수 있는 무언가가 과연 도시 속에 존재하느냐에 대한 고민으로 시작됐다. 국토부는 이 국가상징공간이 체계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협력하겠다”고 축사를 전했다.

유창수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은 “국가상징공간 이전에 국가상징거리가 있었고 시초가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이었다. 당시 광장의 위치에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공간에 어떻게 대한민국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부여할 것이냐에 대한 것이었다. 해답은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앞으로 만들어길 국가상징공간 역시 우리의 어떠한 모습을 담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꼭 필요할 것”이라며 서울시는 최선을 다해 지원 및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권영걸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 이영범 건축공간연구원장,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유창수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

새로운 이상도시 ‘그린 유토피아’ 지향해야

임승빈 서울대학교 조경학전공 명예교수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도시의 개념과 실천방안을 녹지에 중점을 두어 설명했다.

그린유토피아는 ‘녹색이 충만한 이상적 도시사회’를 말한다. 고밀 도시로 인해 악화되어 가는 지구환경으로 인한 피해는 이상기후, 사막화 및 황사, 전염병 팬데믹 등을 초래하고 있기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도시를 그린인프라 중심으로 재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모두에게 평등한 녹지접근성이 부여돼야 한다.

임승빈 명예교수는 그러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방안으로 ‘그린하트(Green Heart)’를 제시했다. 그린하트는 도시 중앙부의 대규모 녹지를 말하며, 중앙녹지를 중심에 두고 상업, 업무, 주거, 행정 등 시설은 환상형 시가지로 배치한 형태이다. 그린하트로부터 도시 전체와 연결되는 그린·블루웨이와 함께 녹색이상도시의 기본 골격을 형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21세기 도시 오픈스페이스의 새로운 방향으로, 최근 대두되고 있는 ‘공원도시’, ‘정원도시’의 진정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시가 그린하트의 형태를 하고 있다.

21세기 도시 녹지와 오픈스페이스는 ▲공원이 도시내 일정 면적을 점하는 도시속의 공원이 아닌 도시시설이 공원의 일정 면적을 점하는 공원속의 도시 ▲공간중심에서 활동 중심의 오픈스페이스 ▲3차원 공간에서 6차원 토시예술의 무대 ▲인공지반녹화, 그린·블루·그레이 인프라 통합, 그린커튼, 스마트 지하정원, 스마트플랜터 등 입체녹화를 통한 녹지 및 녹지율 확대 ▲그린웨이 연결로 도시 전체의 녹지체계 완성 ▲그린인프라의 국지적 연결에서 광역 지맥의 연결을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린유토피아를 지향하기 위한 친환경, 녹색복지 지향, 시민의 자율적 참여, 필(必)환경 녹색생활 실천 등의 가치관을 가져야 할 것을 당부했다.

도시의 공공성과 공감도시

남기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는 “현대도시는 공공, 민간, 학계, 지역사회 파트너십이나 조직적, 인식적, 제도적 근접성을 기반으로 하는 지식의 확산과 학습의 사회생태계, 혁신생태계 형성에 우수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서, 연대경제, 오픈 소스 프로그래밍 네트워크, 오픈 밸류 네트워크, 공동 생산 등 커먼스 거버넌스, 도시공공성, 공감도시를 지향할 것을 촉구했다.

도시공공성은 거버넌스 구축과 제도화, 연대·상호존중·협력의 수평적 관계, 도시 공통재와 어메니티에 대한 접근성으로 구축할 수 있다.

아울러 “UN에 따르면 공감도시는 도시의 구성원들이 시민, 사회, 경제, 정치적 활동뿐만 아니라 의사결정과정 등 삶의 모든 부분에서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도시”라 설명하며, “특히 장소의 특성에서 오는 공간적 공감으로부터 형성되는 것이 가장 크고, 공간적 공감은 사회적 공감의 지역적 총합이 아니라, 도시공간, 특히 공공공간에서 나타나는 좋은 마주침과 정동성으로 구성된다”고 강조했다.

공감도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재분배, 인정과 존중, 대표성 확보 등의 원칙 아래 정체성, 다양성, 연속성, 사회성, 근접성, 대중교통, 유연성, 통합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상징공간의 물리적 구성요소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경제, 문화, 국제외교, 생활수준, 교육, 가치관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 설명하며 “대한민국의 국가적 성장과 국민의 문화수준 향상에 따라 새로운 형태의 공간에 대한 요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기능적 공간, 개발시대의 공간을 넘어서서 국격과 새로운 사회문화적 정체성을 포용한 상징공간이 필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상징공간을 “대한민국의 품격을 대표하는 최상위 공간으로,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나라의 가장 상징적인 역사적, 문화적, 시대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드러내는 공간”이라고 설명하며, ▲국민의 일상행복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녹지공간 ▲글로벌 경쟁을 위한 국가 대표 브랜드 ▲국가적 위상에 걸맞는 도시공간 ▲국정철학 지방소통의 플랫폼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리고 이러한 국가상징공간을 물리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도시 상징공간의 여섯가지 구성요소 공원광장, 수공간, 역사적 건축물, 조형탑, 조형물, 축이 적절하게 결합돼야 하며,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공원광장’과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구성요소의 배치는 넓은 폭원으로 조성해 시각적으로나 도시공간적으로 누구나 인지 가능하도록 구성하며, 소규모 공간이더라도 시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미지 형성과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민이 자연과 문화를 직접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도시에 강력한 축을 새로 형성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축을 이용해 축을 설정하고, 넓은 폭의 직선 공간을 새롭게 조성할 수 있으며, 전면의 상징공간 내외부는 생태적이고 체험할 수 있는 친시민공간으로 조성돼 누구에게나 개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임승빈 서울대학교 조경학전공 명예교수, 남기범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사회학과 교수, 오성훈 건축공간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가상징공간, ‘공원’이 가장 효과적

영상으로 상영된 전문가 인터뷰에서 조경진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국가상징공간은 기후위기와 사회통합 등 미래적 도시 가치를 실현하는 공간이어야 한다. 서울을 넘어서서 전국적으로 확산돼야 할 때 의미가 크다”며, “도시공원 제도 중에서 국가도시공원 제도가 있다. 국가도시공원은 국가상징공간을 구현하는 좋은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도시공원에 다양한 공공시설과 공공공간을 수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현재 국가도시공원의 요건 자체가 너무 까다롭게 지정돼 있고, 이를 위해 중앙정부가 시행령 개정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국민 행복을 실현하는 공간복지의 관점에서 중앙정부와 공원 조성에 앞장서야 한다. 기후위기 대응, 생물종 다양성, 사회통합, 지역균형 발전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국가도시공원이 크게 기여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세훈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은 “우리나라는 글로벌 매력 국가로 거듭났지만, 우리나라의 빼어난 매력과 고유한 정체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공간은 아직 부재한 실정이다. 국가상징공간에서의 ‘상징’은 소수를 위한 권위적 상징이 아니라,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과 또 미래 세대에게 사랑받고 지역 문화 세대를 아우르는 품격 높은 공공공간을 말한다. 나아가 단일 상징이 아닌 여러 지역에 흩어진 복수의 상징공간을 통해 우리의 국격이 더 다층적으로 표현돼야 한다. 그래야 지방의 시대 전 국민이 좋은 공간의 혜택을 두루두루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가상징공간은 지역의 유무형 자산과 도시 조직, 그리고 자연을 이어주면서 전 국토로 확장된다. 공간과 생태가 국민을 치유하는 그린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나아가 공간조성 과정 자체가 개방적으로 운영되고, 민간 참여를 통해 공간의 활용과 콘텐츠에 대해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그래야 국가상징공간의 조성 과정 자체가 국민의 자부심이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녹지민주주의와 도시건축’ 주제의 좌담회

녹지민주주의와 도시건축

이어지는 좌담회는 ‘녹지민주주의와 도시건축’을 주제로 김종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배재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됐다.

이병담 前현대산업개발 부사장은 수도권 집중이 특성인 우리나라 도시문제를 지적하며, 지역간 거리 30㎞ 떨어진 도시마다 산업을 배분해 밀집도를 낮추고, 이를 축으로 형성하는 선상도시를 제안했다. 그 예시로 중요산업단지를 서울남부-성남-수원-평택-천안-청주-대전을 선상배치할 수 있다고 들며, 이를 통해 더 많은 국민이 저밀도 환경도시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황두진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는 녹지 민주주의의 도시건축의 지향점으로 ‘국가 마을정원 네트워크’를 들었다. 미국 동부의 ‘뉴 헤븐 그린’ 도시는 도시 중앙에 녹지를 둔 형태로, 사유지이지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돼 있다. 이러한 형태는 영국과 미국 동북부 지방의 오래된 전통이다. 크기가 크지 않더라도 강력한 문화적, 지역적 정체성을 형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자나무, 당산나무도 비슷한 의미이다. 이를 전국의 도시에 적용해보자는 제안이다.

그는 “국가 마을정원 네트워크는 바텀업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되되 국가가 지원해야 하며, 위치는 상대적으로 지가가 비싸고 기존 공원 인프라가 부족한 교통 도착점에 조성돼야 한다. 마을정원은 주변 지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적절한 시설이 조성돼야 하며, 조경, 건축,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김성도 고려대학교 언어학과 교수(세계기호학회 부회장)는 언어학적으로 국가상징공간의 용어 사용과 범위, 개념 등에 대해 설명하며 “공간은 개인의 일상 경험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정서적 정신적 영향을 행사하는 추상적 성질들과 현상들을 표상하는 단어들과 결속되기 때문에 상징공간은 물리적 소재지 이상의 것을 표상한다”며 상징공간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아울러 인문적으로 국가상징공간은 로고스(기능적 효율성), 포에시스(공간의 시적, 미적 성질), 세미오시스(공간의 의미와 가치, 특히 서사성), 에토스(타자에 대한 배려), 파토스(공간 향유자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공간), 폴리스(공동체성, 정치적 차원), 에쿠멘(생태성, 생태적 건강성과 효율성), 사크레(영성, 종교성, 신비성)을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헌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배재대학교 교수)은 “국가상징공간은 어쩌면 현시점에 우리가 갖고있는 국토와 공간, 장소를 통해 새로운 국가의 전략과 비전을 준비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한다. 현시대에 맞는 국민, 각계의 전문가들, 특히 인문학자들이 모여서 아젠다를 같이 공유하고 앞으로의 비전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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