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건위에서 온 메시지 :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 – 2

 

조세환 한양대 명예교수는 1973년 한국조경의 정규 조경학과 1회 출신으로 졸업 후 정년할 때까지 조경설계 실무,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연구활동을 하는 등 평생 조경분야에 몸담아 온, 어쩌면 한국조경의 역사를 온몸으로 경험한 사람 중 한 사람이다. 

2009~2010년 (사)한국조경학회 회장,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열정적으로 헌신해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그런 사유로 (사)한국전통조경학회, (사)한국조경협회를 비롯한 조경분야 다수의 학·협회 고문으로 추대됐다. 

또한, (사)한국정원디자인학회, (사)한국바이오텍경관도시학회 등 관련 학회 창립에도 기여했고, 랜드스케이프 어바니즘을 정규 커리큐럼으로 개설하는 등 평생 조경의 영역을 넓히고, 진화를 이끌려고 노력했다. 

2018년 정년 후 그는 약 5년의 시간동안 공식·비공식적으로 외부와 연을 끊고 조경계의 시선에서 멀어졌다. 그러던 그가 최근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 라펜트에서는 그 동안의 궁금증을 인터뷰를 통해 들어 보고자 했다.

(인터뷰는 총 2회로 나누어 연재)     

조세환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국토환경디자인분과 위원장

국건위의 비전이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로 설정하고 있던데 어떤 의미일까요? 

우리나라 도시건축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산업화 이후 약 300년간 도시건축은 자연자원의 남용과 그에 따른 자연의 훼손과 파괴, 인간과 자연의 조화성 상실로 인한 인간성 파괴, 탄소 배출과 기후재난 등 문명 파괴적 디자인으로 흘러왔습니다.

이제는 도시건축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고, 무엇보다 자연과 녹지의 혜택을 모든 국민이 누릴 수 있는 방향으로 국가미래공간을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함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희 국건위의 권영걸 위원장께서는 이것을 녹지민주주의로 확대 정의합니다. 녹색복지 등 하나의 분야적 전문성 개념을 넘어 하나의 녹지 이념, 정치적 어젠다(Agenda)로 보는 매크로한 관점을 지니고 있더군요.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라는 국건위 비전이 국건위 회의실에 걸려있다.  

한마디로 인공구조물 또는 문명의 거대한 축인 도시건축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녹지민주주의를 통해 모든 국민들이 녹지의 혜택을 누리고 향유해야 한다는 새로운 국가미래공간의 비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국건위의 도시건축 패러다임의 전환과 새로운 국토미래공간의 비전이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니, 놀랍지 않습니까. 그것도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말입니다. 세상이 변했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그런데 조경분야에서는 조용하더군요. 어쩌면 그 중심에 있는 조경분야만 모르고 있거나, 불감증에 걸려 있지 않나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예컨대, 12월 12일에 개최되는 국건위 주최의 ‘국가상징공원으로 만드는 대한민국의 미래 비전’이라는 컨퍼런스를 보면 그 주제의 본질이 녹지민주주의, 아름다운 공원·녹지, 그린 유토피아 등이고 이들이 도시건축과 함께 나열되어 있습니다.

국건위 주최 콘퍼런스 포스터_그린과 도시건축이 주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면 조경분야와 관련된 국가정책도 마련되는 건가요?

국건위는 건축기본법에 의거하여 국가건축정책을 마련하도록 구성된 대통령 소속 정책위원회입니다. 여기서는 국가도시건축정책을 다루는 것이지 조경, 디자인 등 특정분야 정책을 마련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외양으로만 보면 이 위원회에서 조경분야 운운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고 할까요? 한편으로는 대부분의 위원들이 건축가들로 구성되어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건축기본법에 관련 용어로 ‘건축물’, ‘공간환경’, ‘공공공간’ 등 3개 분야로 용어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저는 건축기본법에서 비록 조경이란 용어는 없지만, 조경의 전문영역인 경관, 공원, 가로, 광장 등을 공간환경과 공공공간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법 제정 당시에 그렇게 반대했던 부분이었는데, 지금에 와서는 오히려 기회로 보이더군요.

앞에서 제가 건축기본법 제정 공청회에서 이의를 제기했던 것이 이 부분 아니었습니까. 공간환경이나 공공공간이 조경분야에 속하는 영역이라고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는 것 말입니다.

사실 건축기본법이 제정된 이후로 우리 조경분야는 이것과 관련하여 완전히 관심을 끊었습니다. 그 당시 저부터 그렇게 했습니다. 이미 건축기본법에서 저렇게 분류해 나갔으니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한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에 국건위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보니 ‘공간환경’이나 ‘공공공간’은 ‘국토환경디자인분과’에서 담당하는 분야였습니다. 국토환경이란 용어는 우리에게 매우 익숙하지 않나요?

국건위에서 국토환경디자인분과는 법률에 의해 건축문화진흥분과, 건축정책조정분과 등과 함께 3개의 분과 중 하나로 분명하게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7기 위원회에는 저와 조경진 교수 등 두 사람이 국토환경디자인 분과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국토환경디자인분과, 다른 말로 하면 조경분야의 전문성이 어느 분야보다 잘 발휘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겠습니까?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조경분야에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경관, 공원, 가로, 광장 등 부분은 국건위에서 국가정책 차원에서 충분히 다룰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무엇보다 건축분야와 교우할 수 있고, 언론 등에서 건축분야의 시상부문 중 공간환경이나 공공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조경가들이 수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토, 도시로 환경조경의 프로토콜을 설정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연 우리 조경분야에서 공간환경, 공공공간 등과 관련하여 국가적 차원 스케일의 어젠다로 발굴해 낼 수 있는 능력 또는 여력이 있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만약 그런 국가정책의 발굴 능력이 있다면, 그 다음으로는 조경가들이 국건위에 많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있겠느냐 또는 국건위에 그런 정책을 제시할 열정과 커넥션이 있느냐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국건위의 지난 6기까지 조경가는 기별 한 명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만약 그냥 국토환경분과위원회의 구색 맞추기 수준에서 조경가가 국건위에 들어가고 활동한다면 그것은 조경분야로 봐서는 아마도 큰 의미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앞으로 만약 경관, 공원, 광장, 거리 등 관련하여 조경분야의 유용성에 대해 향후 건축분야와 꾸준한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의 이해와 우의가 증진돼 나간다면 국건위의 참여 문제는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번에 저희 국토환경디자인분과 위원회에서는 국가정책으로 추진할 수 있는 공간환경, 공공공간과 관련된 정책, 즉 조경관련 어젠다를 개발하여 현재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하나의 사례로 ‘거리 그린벨트’(Street Greenbelt) 정책을 들 수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공원과 녹지, 경관 등의 확산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되는 것이지만 조경이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국토환경이라는 개념으로 도시·건축 등과 융합한 개념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활동 업무상 지금은 대외비로 되어 있어 관련 정책을 오늘 이 자리에서는 자세한 얘기를 드릴 수 없지만 추후 설명드릴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옛날부터 (사)한국조경학회의 명칭을 ‘국토·도시환경조경학회’로 혁신적으로 바꾸고자 주장해 온 것이 여전하게도 유효하다는 것을 느끼게 해 줍니다. 조경이라는 이름의 영역을 국토 및 도시로 확산시키는 것은 도시, 건축, 토목 등 인접 관련 분야는 물론 중앙 및 지방정부, 기업 등과의 교류와 협력, 소통의 프로토콜을 맞추는 것과 같습니다. 프로토콜이 맞지 않으면 잘 통신을 할 수가 없잖습니까.

그러면 건축분야와 전향적 관계맺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긴가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건축분야 전문가들과 교류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무엇보다 단체 차원에서 교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분야는 정부 조직이나 언론적, 사회적 배경 등에서 도시, 건축, 토목 등 분야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스케일이 작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에서 건축처럼 조경을 문화의 대주제로 보고 있지도 않고, 언론에서 후원하고 상을 주는 곳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한국건축문화대상 행사에 보듯이 건축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런 맥락에서 본다면 건축 등 관련 분야는 우리에 비하여 나름 환경이 좋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 건축분야에서 공간환경 또는 공공공간이라는 이름의 상을 만들어 경관, 공원, 광장, 거리 등을 주제로 포상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곧 조경가들이 수상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역설적으로 그런 자리를 통해 조경가들이 명성을 떨칠 수 있고, 조경의 전문영역을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우리가 개방적으로 건축분야에 접근해야 하는 한편, 또어떤 맥락에서는 건축가들과 경쟁을 해야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직도, 여전히 건축분야에서는 공간환경이나 공공공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거나 관심이 미약합니다. 전문성이 높은 우리 분야가 경쟁력이 있다고 할 수 있지요.

뿐만 아닙니다. 만약 우리 조경분야와 건축분야가 교류·협력을 통해 우호적 환경에서 서로 경쟁할 수 있다면 아마도 서로가 윈윈하고 사회·문화적으로도 더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마침 우리분야에서도 한국조경가협회가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으니 앞으로 학회와 협회 등과 함께 단체간 교류의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교류가 건축분야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겠죠?

물론 그렇습니다. 반듯이 건축분야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조경학이 다학제적 전문분야라 우리와 관계되는 분야는 실로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도시계획·설계, 토목 등 분야는 특히나 관계가 있는 분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시공간에서 공원 또는 녹지 등의 이름으로 조경의 영역을 혁신적으로 열어주지 않는다면 조경의 파이를 늘리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건축분야나 도시계획분야나 요즘 어렵기는 다 마찬가지입니다. 서로가 일을 만들어 주는 윈윈적 자세가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예컨대 지상부 공원을 위해 지하부를 도로공간화 한다면 녹색건설산업이 되는 것입니다. 이처럼 녹색을 기제로 건설산업을 일으킬 수 있다면 그쪽 분야에서도 마다할 일이 없는 것이죠. 

시대 변화에 따라 조경분야의 새로운 비전 설정 필요해

기후변화라는 엄청난 새로운 위기와 기회의 시대가 다가왔으니 이것을 이용해 건축, 도시, 토목 등의 분야와 함께 할 수 있는 이니셔티브(Initiatives)를 우리 조경분야가 충분히 쥐고 함께 리드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조경분야에서 녹지민주주의적 통찰의 비전과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관련 분야와 연결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소통하고 협력해 나가면 조경분야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문화적으로 진화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조경분야도 분야의 내적 이야기를 넘어 더 넓은 세계를 향한 새로운 비전을 설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지난 50년을 통해 조경은 조경분야의 것으로 영역화했습니다. 누구도 조경을 넘보지 못합니다.

기후변화시대 조경분야는 환경, 정원, 실내조경 등 관련 산업 군단을 이끌고 덩치를 키워, 이들을 통합하는 녹색산업 분야의 리더로서 국토, 도시, 건축, 토목 등 산업분야와 협업한다면 조경분야의 파이는 물론 사회적 위상이 크게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더 나아가 국가 기간산업으로 새로운 녹색건설산업의 주인공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지요.

그런 맥락에서 조경분야는 새로운 21세기 비전 설정이 필요하다고생각합니다. 조경분야가 건설협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녹색건설협회를 창립하고 운영한다는 것, 가슴이 뛰는 비전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건위 활동이 교수님을 이렇게 공론의 장소로 나오시게 한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남기실 말씀이 있다면?

     

한 세 가지 정도로 마무리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먼저, 지난 5년간 조경분야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심포지엄, 축사 등 학술 및 비학술적 다양한 행사와 모임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나, 작년 한국조경 50년 기념행사 외에는 모두에 말씀드린 것처럼 개인적인 사유로 참석할 수 없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다시 한 번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공원같은 나라, 정원같은 도시, 녹지민주주의 등 새로운 비전과 용어가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시대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읽을 수 있다는 점을 상기하고 싶습니다.

이 메시지를 잘 이해하고, 받아들여서 조경분야의 새로운 비전을 세우고 학문, 업역 등 차원에서 조경을 어떻게 혁신의 사회적 문화로 진화시켜 나가야 할 것인지, 우리 모두 고민해야 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조경이란 두 글자에 너무 집착하지 말고, 국토, 도시 등분야와 용어 등 프로토콜을 맞추고, 도시, 건축, 토목 등 인접 산업분야와 상호 교류 및 협업, 소통과 협력을 통해 녹색건설산업 분야로서 조경의 역량과 위상을 높이는 일 또한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임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조경은 이미 조경분야입니다. 새로운 한국조경 50년을 시작하면서 급속하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하기 위해, 또 다른 조경의 외연 확장을 위해, 혼성하고 융합하는 새로운 탐험의 길을 나서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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